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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School | 2023-08-12 18:52:28 | 댓글 1 | 조회수351
1) 일상적인 소지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달리기하는 입장에서 그램 단위는 나중에 아령이 팔다리에 묶인 것처럼 배가 되어 부담이 됩니다.
2) 팔뚝에 차는 휴대폰 부착 케이스나, 허리 뒤로 물건을 담아넣는 웨이스트백, 등 뒤에 매는 가벼운 수납공간인 슬링백 등 다양한 방도들을 시험해 봤습니다. 달릴 때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람에 이 물건들이 같이 휘둘리며 무게를 교란하고, 체력을 더 소모하고 맙니다.
3) 2)에서 땀에 젖은 바지주머니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람에, 담배가 갑 채로 짓이겨져 땀과 범벅이 되어 꿀꿀이죽이 되어버립니다.
위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팔다리에 주머니가 있는 게 문제라면, 가장 흔들릴 일이 없는 몸통에 주머니를 달아 넣으면 될 것 아닌가!"
혁신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행동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개봉기 따위 알 바입니까. 똑같은 골판지상자 속 비닐에 쌓인 모습입니다.
진정한 것은 알맹이입니다. 알맹이를 다 꺼내어 같이 구매한 콘도르 VAS 트리플 매거진 패널과 결합, 세팅을 끝냈습니다.
웨빙은 어떤 체격이든 입을 수 있도록 과하게 길게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름의 개조와 조정을 거쳤습니다.
웨빙은 하나같이 사람 팔의 주 가동범위이자 작업이 이루어지는 몸 앞에 걸릴 일 없이 뒤쪽으로 몰아져 있습니다.
확실히 콘도르가 타 브랜드 대비 싼 가격대를 형성할지언정, 이런 부분은 칼같이 신경쓰는 덕에 가성비가 높은 것 같습니다.
본래 세트 속에 남는 웨빙을 둘둘 말아 고정시키는 용도로 있던 벨크로 조각이 있긴 한데요.
텐션이 없어, 잉여 웨빙을 꾹 붙잡아주는 느낌이 부족하여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은 진리의 절연테이프로 둘둘 말아 고정했습니다.
엑스반도 차 보신 군필자 분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일 것입니다.
* 솔직히 "와 이게 택티컬한 장비인가 봐!" 하면서 팩토리 스펙대로 나온 물건을 사용자의 용도나 제품 특유의 물성을 감안하지 않고 그대로 쓰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을 고증, 재현하고자 하는 리인액트먼트가 아닌 이상에야 실용성을 무시한 껍데기에 불과한 법이지요. 상품의 웨빙고리 끝에 같이 딸려 온 벨크로 고정테이프는 바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했습니다.
준비 끝났습니다. 나가 봅니다.
1층 로비에서 마주쳤던 배달음식 배달부 님이 신기한 듯이 바라봅니다만, 저는 오히려 뭘 먹기에 어중간한 4시에 배달 오신 분이 더 신기할 지경입니다.
서로 "뭐지 저 사람?" 하며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가, 지나가다 수상하다 싶으면 서로의 눈초리가 안 좋아지는 세상이네요.
달리기 코스로 향합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유례 없는 경로의 태풍이 왔으나, 곱게 비만 뿌리고 월북한 지라, 오늘도 중랑천은 평화롭습니다.
가지고 나온 EDC인 휴대폰(사진 찍느라 손에 들고 있는 중이어 사진에는 안 보입니다. 오른쪽 주머니 공간에 딱 맞아요), 지갑, 담배와 라이터.
수납만 놓고 보면 "몸통 주머니"에 다 잘 들어가 주었습니다. 의외로 탄알집을 수납하기 위한 용도인 물건이 이런 데에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네요. 고무 웨빙도 있어 위아래로 흔들린다고 물건이 빠질 일도 없겠습니다.
(* 본 상품평은 흡연, 길빵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지닌 담배와 라이터의 소유권은 공익에 부합하도록 행사하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달리기 코스 시작점에 서서, 몸을 풉니다.
▲ 초록색 보행자용 도로. 상품의 기능을 시험해 볼 테스트베드가 될 지형입니다.
사진의 정가운데 위치에 보이는 검은 스프레이가 그려낸 듯한 경계선을 시작점이자 도착점으로 삼았습니다.
기존 코스대로라면 시작점 - 2.5km 반환점 - 도착점(시작점)의 코스를 뛰어야 했겠으나,
안타깝게도 지나가던 비둘기가 초토화된 개천변을 통제하고 있어 중도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가 적당히 와서, 편안하게 뛰어 돌아옵니다. 처음에 출발했던 시작점으로 돌아왔습니다.
(달리면서 전화기를 꺼내는 바람에, 자이로가 사진을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인식해 찍고 말았습니다.)
뛰는 내내 비가 오네요. 적당한 비는 미스트 같은 효과가 있어, 달리기에서 발생하는 전신의 열 피로를 빠르게 식혀줍니다.
또한 공기 중 습도를 높여주어, 코와 입 모두를 사용해 숨을 쉬면서 목 안을 마르지 않도록 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옷이 물을 먹어 무거워지는 것은 맑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똑같은지라, 신기록 갱신이 아니라 체력관리 격 생활체육을 지향하는 분들에게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단, 비와 땀에 온몸이 젖은 경우에는 집에 빨리 돌아갈 것을 권장합니다. 숨고르기나 다리근육 풀어주기에 너무 완벽을 집착하다가 체온저하를 허용하면 본전도 못 건집니다 ㅠㅠ)
중간에 비둘기 찍느라 멈추어 전화기를 꺼내고 초점 잡느라 시간을 낭비했을 텐데, 이상하게 기록이 잘 나와주었습니다.
아무래도 "달리기에서 가장 흔들림이 적을 무게중심인 몸통에 소지품을 넣어보자"라는 발상이 적중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상품을 써보고 나니, 정말로 달리기 실력을 10km 이상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키운 다음에도
생활체육 마라톤 등에 이것을 입고 출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 앞을 지나치기 전에 혹시나 싶어 가장 왼쪽 주머니에 넣은 담배를 확인해 봅니다.
일단 아직은 괜찮아 보입니다.
겉보기만이 다는 아니지요. 진정한 것은 알맹이입니다.
이전 같았으면 이미 담배갑은 멀쩡해도 안에서 흔들리며 담배가루가 너저분하게 쏟아져 나왔을 텐데요.
심한 경우, 찢어진 담배갑 + 짓이겨진 담배개피 + 땀과 습기 + 허벅지 왕복 운동의 콜라보로 안에서 꿀꿀이죽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더러는 있었습니다.
내용물도 온전합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본 상품평은 흡연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간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나의 정신 건강과 타인의 육체적 건강을 양립하기 위하여, 흡연은 지정된 장소에서, 불씨 및 연기 확인 등 책임감 있게 하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굳이 담배를 새로 사러 편의점을 들를 이유는 없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조정하고 보강했던 웨빙 상태를 재확인해 봅니다.
이리저리 뛰는 동안에 흔들리는 무게와 반복된 충격으로 버클이나 웨빙이 느슨해졌을지 점검해 봅니다.
내돈내산이라고, 이리저리 매의 눈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만 별 탈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이 친구는 수습직으로서 통과, 이제 이 물건은 저의 달리기를 보조하는 "정규직"으로 합격하였습니다.
이상으로 상품평을 마칩니다. 다소 두서없지만,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부록 : 중랑천 생활체육 애호가 분들께]
중랑천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동물에 밝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대충 너구리로 보입니다.
광견병을 옮기는 매체 동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상식 밖의 창의적인 사고를 당하여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여러분들의 건강과 목숨은 셀프인 점 양지하시어, 각자도생에 참고하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1
px
|2023-11-10 0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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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3-05-08